- 목차 -0. 책 정보1. 줄거리 2. 메시지 3. 감상평 |
16살 주인공 선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표현불능증'을 겪고 있다. 이러한 윤재가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윤재의 엄마는 여러 상황에 대한 '표현'을 엄청난 반복 학습을 통해 윤재를 훈련시킨다. 이러한 노력으로 나름 잘 성장하고 있는 윤재는 중고 책방을 운영하는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안정을 찾고 살아간다. 이런 윤재가 16살 생일이 되던 날, 불운의 사고로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다. 이제 혼자가 된 윤재는 엄마의 중고 책방을 대신 운영하며 평소 엄마와 친하게 지냈던 건물 주인 심박사의 도움을 통해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찾게 되지만 학교에서의 윤재는 더 이상 '평범'할 수 없게 되며 '괴물'이라고 낙인찍힌 채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인 척을 해달라는 윤박사의 부탁을 윤재는 들어주게 되면서 곤이라는 진짜 '괴물'을 만나게 된다. 어두웠던 어린 시절 때문인지 늘 예민하고 세상을 한없이 삐딱하게만 바라보는 곤이라는 친구에게 계속 호기심이 생기는 윤재다. 곤 역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윤재에게 관심이 간다. 윤재와 곤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둘은 친구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그 둘도 잘 느끼지 못하는 '우정'을 쌓아간다.
윤재가 곤과 우정을 쌓았다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도라라는 여자 아이를 통해서는 '사랑'의 감정을 배우게 된다. 도라는 육상 선수가 꿈이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친구다. 윤재에게 선뜻 먼저 다가갈 줄 알며 윤재를 윤재 자체로 바라봐 준다. 이러한 도라에게 느끼는 감정이 너무 낯설고 불편한 윤재. 처음으로 느끼는 이러한 '변화'에 어찌해야 할 줄 몰라한다. 윤재가 도라에게 낯선 감정을 느끼는 동안 곤은 다시 사회 구렁텅이로 스스로 들어가려 한다.
학교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곤이지만 오히려 그러라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소년원 출신의 철사의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철사의 악명 높은 소문을 알게 된 윤재는 곤을 찾으러 간다. 드디어 마주한 곤과 윤재, 그리고 철사. 윤재는 곤을 설득하지만 곤은 윤재에게 왜 왔냐며 떠나라고 한다. 철사는 곤을 찾으러 온 윤재를 폭행하고 곤마저 흉기로 위협하려는 순간 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윤재가 대신 다친다. 죽음의 순간에서 윤재는 죽은 할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행히 도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현장은 마무리되었고,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긴 윤재는 다시 눈을 뜬다. 그런데 윤재의 몸이 이상하다. 표정이 생겼고, 감정의 변화가 무엇인지 느껴진다. 늘 윤재의 병을 의심했던 심박사는 윤재에게 다시 검사하기를 권유한다. 윤재에게 또 하나의 변화가 다가왔다. 의식불명 상태였던 엄마가 깨어난 것이다. 그 순간 윤재는 난생처음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인간의 뇌에는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가 존재하는데 꼭 아몬드를 닮았다. 편도체가 작으면 감정을 잘 못 느끼게 된다고 한다. 윤재의 아몬드(편도체)는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즉 아몬드는 윤재의 '감정표현불능증'을 상징하는 소재다.
윤재의 병을 고치기 위한 엄마의 여러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아몬드'를 먹이는 것이다. 윤재의 엄마는 아몬드를 먹으면 편도체가 커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이를 보아 아몬드는 윤재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한 어떤 수단 혹은 희망을 상징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윤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옳고 그른 것에 집중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책을 읽다 보니 오히려 윤재가 제일 정의롭고 평범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다른 아이들이 윤재를 괴롭힐 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피해 입기 싫어 묵인하고 있는 반 친구들 사이에서 윤재는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다. 아니 동요할 수 없다. 오로지 이성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묵묵히 제 갈길을 가는 어쩌면 제일 평범한 친구다.
표지가 인상 깊어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소설 '아몬드'. 앉은자리에서 후다닥 완독 한 책이다. 그것도 매우 몰입해서.
아몬드는 특히나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매우 매력적이다. 이들의 역할이 소설을 읽는 나의 감정을 계속해서 흔들어 놓았다.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설 아몬드의 감상평을 남겨보고자 한다.
먼저 윤재를 위해 헌신하는 엄마에게서 대단함과 동시에 뭔가 불안하고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엄마가 지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함을 달래주는 인물이 바로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등장으로 소설 분위기가 좀 더 편안하게 바뀐다. 그리고 안정적이고 희망적인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그날의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인공의 삶에 집중하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새롭게 등장한 곤이라는 인물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윤재의 삶과 시선에 온통 몰입되어 치우쳐진 나의 시선을 다시 반대쪽으로 잡아끄는 곤.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사춘기 소년 곤과 평범할 수 없는 윤재. 감정적인 곤과 이성적인 윤재. 가진 건 많으나 악몽 같았던 어린 시절의 곤과 가진건 없으나 따뜻했던 윤재의 배경 등.. 분명 이야기 속 이 둘의 관계는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게 흘러가는데 오히려 나는 너무나도 적절한 밸런스 덕분에 쭉 이끌려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둘의 관계를 응원하며 읽었다. 너무 다른 둘이지만 윤재는 곤을 유일하게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곤은 윤재의 어떤 부분을 계속 건드려주는 존재가 된다. 모순적이지만 찰떡인 이 둘의 관계가 참 매력적이었다.
오히려 도라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조금은 뻔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중요한 감정을 알게 해 준 빠질 수 없는 역할이지만 그래서인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윤재가 도라에게 느낀 감정, 죽음의 순간에 느낀 할머니의 마음 등.. 윤재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마다 얼음이 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끝 부분에 다다를수록 몇 번을 울컥하며 봤는지 모른다.
단순한 감동은 아니었다. 매력 있는 캐릭터들 사이로 빠른 전개를 심어놓은 작가의 영리한 장치 때문에 굉장히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철학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손원평 작가가 대학시절 철학을 공부했더라. 역시..
마지막으로 주인공 윤재 덕분에 일상을 살아가면서 흔히 느끼는 혹은 지나가는 너무나도 당연한 감정들과 표현들에 대해서 곱씹어 볼 수 있었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말이다. 오랜만에 느낀 게 참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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