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0. 책 정보1. 줄거리 2. 감상평 |
총 4편의 이야기가 담긴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무성교실'. 한 편 한 편 간략한 줄거리를 남겨보려고 한다.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
일상의 폭력으로 부터 나와 세상을 지키기 위한 변신
주인공 리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36살이 된 현재까지도 마법소녀 놀이를 한다. 어릴적 본 만화 주인공 캐릭터를 실생활에서도 적용하며 지내는 것이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이지만 늘 가방 속에 폼폼이(돼지 인형)를 넣고 다니며 대화를 하고, 스트레스가 생기면 마법으로 물리치는 설정의 놀이를 계속 이어간다. 리나와 어린시절 함께 마법소녀 놀이를 했던 친구 레이코는 오래만난 남자친구의 가스라이팅에 힘들어한다. 친구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에 리나는 레이코의 남자친구에게 함께 마법소녀 놀이를 하자고 제안한다. 남자친구는 레이코와의 관계를 위해 마법소녀 놀이를 받아들이고 매일 리나와 함께 마루노우치 선을 순찰하며 정의를 실현한다. 시간이 지나 점점 이 역할에 빠져버린 남자친구는 레이코에게도 정말 잘해준다. 그러나 이런 남자친구를 통해 오히려 마법소녀 놀이에 질려버린 리나와 뭔지 모를 이질감을 느껴버린 레이코. 더이상 마법소녀 놀이를 하지 않는 리나와 레이코는 어김없이 순찰하는 남자친구를 발견하고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마법 주문을 외친다. 레이코는 마법 소녀로 변신하여 남자친구를 물리치고 지하철 밖으로 쫓아낸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남자친구 집에서 나와 새 보금자리를 구한 레이코와 다시 마법소녀로 변신을 준비하는 리나만이 남는다.
<비밀의 화원>
첫사랑의 환상으로부터의 탈출
초등학교시절 부터 짝사랑했던 남자 하야카와를 자신의 집에 가둔 주인공. 수갑도 채우고 휴대전화도 압수하긴 했으나 그 외에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감금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인공 우치야마는 식사, DVD, 목욕물 데워주기 등 짝사랑했던 상대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일주일의 감금은 하야카와 역시 동의한 부분이다. 우치야마는 첫사랑 하야카와에 대한 환상이 너무 강렬하여 보통의 연애도 힘든 수준이었다. 우치야마의 성욕은 오로지 하야카와에게만 향한다. 우치야마는 이런 첫사랑을 끊어 내기 위하여 감금이라는 행동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현실의 하야카와를 바라보며 환상 속 하야카와의 괴리를 통해 짝사랑을 지워낸다. 드디어 마지막 날, 대담한 행동과 함께 드디어 끊어낸 첫사랑의 환상. 현실의 하야카와를 보내버리고 이제 우치야마는 새로운 사랑을 향해 간다.
<무성 교실>
젠더가 금지된 학교에서 나는 이성애자일까, 동성애자일까
성별이 금지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자신의 성별을 남들에게 알리거나 보이는 것이 금지된다. 내 짝궁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 오로지 키나 목소리 등 신체적 특징을 통해 추측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람도 있는데 주인공 유토의 친구 세나가 그러하다. 참고로 학교에서는 성별 추측을 막기 위해 이름도 살짝 바꾸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 유토는 이성애자라고 생각하지만 세나를 보면서 그런건 상관 없다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친하게 지냈던 유키가 유토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유토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유토는 유키를 여자로 생각했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거절한다. 유키는 그런 유토에게 세나를 좋아하는 것을 안다며 앞으로 점점 성별은 사라질 것이고, 수술을 통해 성별을 없애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더이상 성별이 중요하지 않게 될거라고 말한다. 처음 듣는 말에 혼란스러워진 유토는 유키의 집을 떠난다. 성 정체성에 대해 엄청난 의혹에 휩싸이고,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은 유토는 점점 세나의 성별이 무엇인지에 집착하게 된다. 친구들의 성별을 캐고 다니던 유토와 다르게 유키는 학교에서 당당히 성별을 밝히고 자퇴를 하게 된다. 학교를 떠나기 전 유토에게 성별이 사라진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으며 자신은 그저 지겨운 교칙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랑'을 배웠다며 유토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남긴다. 유키의 모습을 본 유토는 세나에게 가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성별과 신체는 아무 상관 없다며 그저 좋아하는 마음 뿐이라며 세나에게 마음을 전하는 유토. 유토의 마음을 받아준 세나는 유토와 진정한 사랑을 나눈다.
<변용>
분노가 낡은 감정이 되어 버린 세상, 성격에도 유행이 있다면?
패밀리 레스토랑 알바를 하는 주인공 마코토는 진상 손님의 분노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알바생들의 서비스 정신에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분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뿐이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화, 분노 등과 같은 감정을 단순히 교과서에서만 배운 이론적 개념으로만 알고 있지 실제로 이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러고보니 남편 역시 화를 내는 것을 본적이 없는 마코토. 본인 혼자 변용의 때를 놓친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날 친구 준코의 제안으로 홈파티에 초대 받게 된 주인공.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준코는 어린시절 만났던 이소가와라는 사람의 예를 들면서 그런 사람처럼 되지 않으려면 분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소가와.. 그녀는 부부 사이에도 성관계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성관계의 중요성과 기쁨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었고 이런 이소가와를 주변에서는 흔히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이라며 비난을 했다. 마코토는 당시 이소가와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되면서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수소문해 그녀를 만났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결같은 이소가와를 보고 마코토는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소가와와 함께 홈파티에 참석한 마코토는 큰소리를 내고 화를 내는 이소가와를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홈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요즘 유행하는, 새로 생긴 단어(나노무, 마미마눈데라)를 말하는데 그런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마코토 역시 이소가와를 통해 마미마눈데라를 외친다.
무라타 사야카의 최신작인 '무성교실'. 전작인 '소멸세계'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 새로운 신작에도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소멸세계는 하나의 이야기가 담긴 장편이었다면 이번엔 4가지 이야기가 에피소드로 담겨서 더욱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어릴적 놀이를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삼십대 중반 여성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어릴적에는 만화를 흉내내며 놀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현실에 적응하다 보면 어느새 그런 놀이는 멈추게 된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본인만의 세계관 속에서 살고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는 마법소녀로 변신을 하고, 누구는 인형과 대화를 한다던지 등 각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변신에 투영해서 놀이처럼 즐기는게 아니었을까?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였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흥미진진했다. 본인의 첫사랑을 감금해서 그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버리는 주인공의 이야기. '첫사랑은 사람에 대한 것 보다 그 추억과 기억이 전부다'라는 말처럼 첫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누구보다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해소의 방식이 어찌 되었든 주인공이 느낀 첫사랑에 대한 환상은 공감 되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인 ‘무성교실’이다. 젠더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그 이유는 성차별, 성폭력을 없애고 성인이 될때 성별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학교에서는 모두 남자인지 여자인지 밝히지 않고 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고 더 나아가 내 성 정체성에 대한 가치관도 확립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 속에서 처음 주인공은 이성애자라고 생각하고 마음이 가던 사람의 성별을 확인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는 사랑에는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내가 생각했을 때 무성교실은 ‘사랑’의 진정한 모습을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성향, 신체 등을 벗어나 상대방에게 느끼는 진짜 '사랑'이라는 감정. 이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사랑이하고 하는 범주 안에서 동성애자를 일반적으로 보고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져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는 좀 매우 신선했다. 패션에 유행이 있듯이 성격에도 유행이 있다는 소재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금도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와 이미 가치관, 삶의 태도 등이 많이 달라서 예능이나 방송에서도 소재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마지막 에피소드는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분노'의 감정 역시 구시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를 마주하는 사람들간의 그 틈을 현실적이게 표현했다. 순식간에 주변에 물들어 변용하며 살아가는 생물인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체적으로 책을 읽다보면 누가 옳고 그른지,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그만큼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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